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

원 맨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NIN)는 세기말 사운드라 불리는 인더스트리얼음악의 정수이다. 혼란과 무질서로 대변되는 어지러운 시대에 그가 퍼트린 소음의 미학은 일대 사운드의 반란이었다.

1990년대의 영미권 대중음악을 주도한 이들이 소통에 대한 욕망은 누구보다 강렬하지만 소통에 대해서는 냉소적이었던 잃어버린 세대였다면 그 중심에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가 있었다는 라고 말 할 것이다.

 

나인 인치 네일스

사진출처,락금블로그

 

나인 인치 네일스의 음악은 고통에 대한 감당이다. 그가 만들어낸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인더스트리얼 메틀의 파괴적 성향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향한다.

 

레즈너는 기존 록음악의 양식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예쁘장한 소리대신 귀에 거슬리는 노이즈를 의도적으로 채택하여 소음도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미지화 한다. 대중들도 열렬히 환영하며 기꺼이 그의 추종자가 되기를 자청했다. 그만큼 세기 끝물에 나인 인치 네일스의 인더스트리얼 전도는 엄청난 빛을 발했다.

사실상 가사라는 측면에서 나인 인치 네일스에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지만 레즈너는 자신의 사운드를 이미지로 바꾸는 데 놀라운 공간감각을 과시했고 내면의 충동에 따른 절규라는 록의 명제적 주제에 성공적으로 새로운 옷을 입혔다.


하지만 트렌트 레즈너가 인더스트리얼을 창조한 것은 아니다. 모든 음악 장르가 그렇듯 긴 세월동안 합종연횡을 거듭하면서 번듯하게 세기말의 축복을 받았다.

 


트렌트 레즈너가 인더스트리얼로 귀의(歸依)한 연유는 그의 성장과정에서 유추할 수 있다. 그는 1965년 미국 펜실베니아 주의 머서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부터 할머니의 품에서 자랐다. 할머니의 관심 속에 피아노와 색소폰, 튜바 등을 배우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클래식음악에 빠져있던 그가 이 음악으로 선회하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면서부터였다. 전자 음악의 아이콘인 컴퓨터를 다루면서 풍성하고 이질적인 효과음과 소리들에 심취하게 됐다.

졸업 후에는 클리브랜드로 이주, 스튜디오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며 노이즈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여러 밴드에서 활동하며 앨범을 발표하는 등 실전에도 전념했다. 그는 1988년 언더그라운드에서 갈고 닦은 이론과 실기를 바탕으로 데모 음반을 제작하고 자신의 페르소나(Persona) 나인 인치 네일스를 출범시켰다.

나인 인치 네일스의 음악은 다른 인디스트리얼 밴드에 비해 접근이 용이하다. 멜로디에 생동감이 넘치며, 사운드도 라이브무대에서 실제 연주가 가능하게끔 제작하기 때문에 전자음이면서 전자음이 아니다. 그 내면에 인간의 박동소리가 고동친다.

1997년 시사 주간지 타임이 그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하면서 "트렌트 레즈너는 인더스트리얼 음악의 황제이다. 그는 암울한 인더스트리얼 음악에 인간성을 부여한 시인이다."라는 코멘트가 말해준다.


 

트렌트 레즈너의 후속작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신을 돌봐왔던 할머니의 죽음과 절친했던 마를린 맨슨과의 결별 등 죽음과 믿음 상실이라는 고통 속에서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그를 향한 언론과 팬들의 무조건적인 기대감 역시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그 사이에 영화 음악 감독을 맡기도 했다. 리듬을 자유자재로 교차시키며 음악의 거대한 산을 쌓아나간다. 레즈너 특유의 탐미주의도 여전했다. <롤링스톤>은 이 앨범을 소외와 공포의 출구인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의 트렌트 레즈너 버전이라며 극찬했다.
신성모독과 폭력과 성욕에 대한 기괴한 이미지가 끊임없이 나오지만 그 이미지들은 모두 보슈 (Hieronymus Bosch, 15세기  초현실주의라는 장르의 원조로 인정받고 있다.)가 그린 지옥도의 현대적 버전 같은 세트 안에서 유동한다.

그림,15C 네덜란드 화가,세속적인 기쁨의 정원


작용이 있는 곳에 반작용은 늘 있다. 트렌트 레즈너가 대중 음악계에 쌓아 올린 가장 큰 메리트는 인더스트리얼의 대중화다. 그러나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종종 원하던 것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것이 살아남은 록 스타의 숙명일 것이다. 반대로 이것은 또한 상업성을 타도하자는 정신에서 출발한 인더스트리얼의 기조를 스스로 허무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또 다른 작용과 반작용을 만들어 내는 노력이다. 그것을 위해 지금도 나인 인치 네일스의 주인공 트렌트 레즈너는 세기의 시작도 그와 함께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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