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
안 그래도 주방장형의 눈초리가 장난이 아닌데 세수하고 양치하고 달려 나간다. Yuni가 어쩌고 가 문제가 아니라
내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다.
늦어서 죄송함다. 은근슬쩍 끼어 들었다. 왔냐! 웃어준다. 어라! 주방장이 어제 주방장이 맞는 거야.
.
점심시간까지 어지러울 정도로 멘탈이 나갔다. 오늘이 도대체 무슨 날이지.
이 작은 레스토랑에 테이블은 세바퀴는 돌린 것 같다. 서빙하는 누나도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그냥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일만이 남는다.
.원래는 저녁타임인데 오후타임 알바의 대타로 나온 것이었다. 밤11시. 셔터가 내려지고 갑자기 Yuni가 떠오른다. 어이! 오늘도 한 잔 어때?
오늘은 안돼요. 서빙누나도 거든다. 한잔하고 가죠.
늘 가는 포차집이다. 아줌마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잡는다.
매일 마시면 병난다. 적당히들 먹어라. 아. 알았어요. 오이와 된장에 소주 두병을 올려놓는다.
누나는 대학생? 예! 3학년 휴학했어요.
왜요? 그냥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아져서 아무것도 없는 체로 졸업을 못하겠어서 말이죠. 근데 그 쪽은 가수 매니저도 한다면서요. 그 가수 이름이 뭐에요. 누난 말해줘도 몰라요. 그리고 말 놓으셔도 되요. 저 21살이에요. Yuni라고 독특한 친구에요. Yuni? 아! 나 그 사람 안다. 같이 갔던 내 친구가 그냥 차마시러 같이 갔었는데요. 근데 이 친구가 예전에 오디션도 보고 연습생도 하다가 나온 애여서 음악을 좋아해요. 내 친구는 노래들이 다 우울하고 힘들어 보이지만 사람을 당기는 매력이 있다 했어요. 지금도 나만 보면 그 카페 가보자고 해요.
지금은 안 해요. 거기도 자기가 가고 싶을 때나 가지, 정해 놓는 걸 싫어하는 친구에요. 그래도 멋지던데요. 히히.
내 친구도 노래 엄청 잘해요.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다리 좀 놔줘요. 내 절친이라구요.
저 먼저 가볼께요.
뭐? 안 돼. 임마! 못 들은 척 하며 집으로 뛰었다.
멀리서 본 집은 불이 다 꺼져있다. 연습하고 있는 건가? 옥상으로 올라갔다.
아주 조용한 기타 음이 들려온다. 아주 조용한, 들어가지도 못하고 선 채로 들었다. Adagio assai의 선율처럼 느리게 아주 느리게 흐른다. 그리고 또 다시 잔 물결위로 이정표없이 쪽배를 타고 흐느적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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