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을 한다는 것도 쉽지가 않다. 드럼을 치는 대석이야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오지만 요즘은 게임도 하면서 밤낮이 많이 바뀌어버려 시간 조절하는데 애를 먹을 거다. 벌써부터 징징대는 거 보면 말이다. 베이스를 치는 경돈이는 만화를 그리기도 하지만 집이 멀고 그렇지만 경돈이는 꾸준하다. 건반을 맡고 있는 홍연이는 부모가 반대가 심하다. 그런데 이들 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기타로 얼마 전에 영입한 태봉이다. 겉멋은 잔뜩 들어 있는데 연습량이 아직 뒤따라 가지를 못한다. 이런 경우 완벽주의자인 Yuni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이자 언제 잘릴지 모르는 파리 목숨이다. 난 그런 Yuni가 정말 우러러 보인다. 자기 자신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분명히 하고 한사람, 한 사람을 존경하는 그 마음은 천상 Reader이다. Reader는 두개주고 한개만 받을때도 있고, 심지어는 세개주고 한개도 받지 못할 때도 있다. 가가자의 위치에 스스로가 빛나기를 주문을 한다.

 

 

이번엔 두 곡을 녹음하는데 스틱스의 강가에서와 예전에 Yuni가 작사 작곡 해 놨던 곡을 녹음 할 것이다. ‘24Hours’란 곡이다. 어떻게 하다 이런 작사가 나왔는지는 나도 모른다. Yuni가 영화를 보고 만들었다는 둥, 책을 읽고 썼다는 둥 혹자는 엄마이야기를 썼다는 둥 설이 많다.

 

 

가사를 보면 도대체 20대 초중반의 아이가 쓸 수 있는 가사가 아닌데 어떻게 나왔을까 하는게 너무 궁금하다. 밤에 만나 조금 더 합을 맞추어 나가며 녹음을 할 것이다.녹음하고 난 후엔 어떡할지는 생각도 안해봤다. 나도 잘 모르겠으니 말이다.

늦었다.

안 그래도 주방장형의 눈초리가 장난이 아닌데 세수하고 양치하고 달려 나간다. Yuni가 어쩌고 가 문제가 아니라

내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다.
늦어서 죄송함다. 은근슬쩍 끼어 들었다. 왔냐! 웃어준다. 어라! 주방장이 어제 주방장이 맞는 거야.

.
점심시간까지 어지러울 정도로 멘탈이 나갔다. 오늘이 도대체 무슨 날이지.

이 작은 레스토랑에 테이블은 세바퀴는 돌린 것 같다. 서빙하는 누나도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그냥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일만이 남는다.

.원래는 저녁타임인데 오후타임 알바의 대타로 나온 것이었다. 11. 셔터가 내려지고 갑자기 Yuni가 떠오른다. 어이! 오늘도 한 잔 어때?

오늘은 안돼요. 서빙누나도 거든다. 한잔하고 가죠.


 늘 가는 포차집이다. 아줌마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잡는다.

매일 마시면 병난다. 적당히들 먹어라. . 알았어요. 오이와 된장에 소주 두병을 올려놓는다.
누나는 대학생? 예! 3학년 휴학했어요.
왜요? 그냥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아져서 아무것도 없는 체로 졸업을 못하겠어서 말이죠. 근데 그 쪽은 가수 매니저도 한다면서요. 그 가수 이름이 뭐에요. 누난 말해줘도 몰라요. 그리고 말 놓으셔도 되요. 21살이에요. Yuni라고 독특한 친구에요. Yuni? ! 나 그 사람 안다. 같이 갔던 내 친구가 그냥 차마시러 같이 갔었는데요. 근데 이 친구가 예전에 오디션도 보고 연습생도 하다가 나온 애여서 음악을 좋아해요. 내 친구는 노래들이 다 우울하고 힘들어 보이지만 사람을 당기는 매력이 있다 했어요. 지금도 나만 보면 그 카페 가보자고 해요.

지금은 안 해요. 거기도 자기가 가고 싶을 때나 가지, 정해 놓는 걸 싫어하는 친구에요. 그래도 멋지던데요. 히히.

내 친구도 노래 엄청 잘해요.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다리 좀 놔줘요. 내 절친이라구요.


 

저 먼저 가볼께요.

? 안 돼. 임마! 못 들은 척 하며 집으로 뛰었다.

멀리서 본 집은 불이 다 꺼져있다. 연습하고 있는 건가? 옥상으로 올라갔다.

 

아주 조용한 기타 음이 들려온다. 아주 조용한, 들어가지도 못하고 선 채로 들었다. Adagio assai의 선율처럼 느리게 아주 느리게 흐른다. 그리고 또 다시 잔 물결위로 이정표없이 쪽배를 타고 흐느적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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