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목
늦가을
잎을 모두 떨궈 버린 감나무
가지 끝에 빨간 감 몇 개를 남겨놓았다.
가장 먼저 시선이 떠나지 않는 곳은
모든 잎사귀를 떨구어 버리고 서 부르르 떨고 있는 나목.
삶이 힘들게 다가올 때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잎사귀를 떨어내는 일임을...
앙상하게 드러난 가지를 직시하는 일임을...
거품을 걷어내고 화려한 의상을 벗었을 때
드러내는 내 몸의 구조를 똑바로 볼 수 있어야 함을...
나목처럼
내 삶의 진실
내가 딛고 서있는 땅 아래를 처음 봤을 때
날아가 버릴 것 깉은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는 말에
난 지쳐버렸다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떨구어진 잎사귀가 뿌리의 거름이 되듯
다시 거름으로.....
마지막 과실마저 스쳐 지나가는 새들의 만찬으로 남겨두었던
너의 마음
다시 시작하기 위하여
지금의 만족을 포기하는 나는 너가 되고 싶다
詩, Kim V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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